내 이름은 스물 두 살
한 이십년쯤 부질없이 보냈네
무덤이 둥근 것은
성실한 자들의 자랑스런 면류관 때문인데
이대로 땅 밑에 발목 꽂히면
나는 그 곳에서 얼마나 부끄러우랴?
후회의 뼈들이 바위틈 열고 나와
가로등 아래 불안스런 그림자를 서성이고
알만한 새들이 자꾸 날아와 소문과 멸시로 얼룩진
잡풀 속 내 비석을 뜯어먹으리
쓸쓸하여도 오늘은 죽지 말자
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은
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
말없는 찬사이므로
'시' 카테고리의 다른 글
눈물 / 피천득 (0) | 2015.03.06 |
---|---|
빈 집 / 기형도 (0) | 2015.03.06 |
청춘 / 심보선 (0) | 2014.07.22 |
공원 / 자크 프레베르 (0) | 2014.07.09 |
어찌할 수 없는 소문 / 심보선 (0) | 2014.06.30 |